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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4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과장된 마케팅 용어?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인간의 망막을 뛰어넘는 해상도를 가졌다고 자랑했던 ‘아이폰4′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과대 포장 논란에 휩싸였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 7일 있었던 애플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 2010 기조연설에서 인치당 326 픽셀에 달하는 아이폰4의 정교한 디스플레이를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이 디스플레이가 960×640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어 이전 아이폰보다 해상도가 4배나 향상됐으며, 사람의 눈이 인식할 수 있는 인치당 300픽셀보다 정교한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Retina Display2스티브 잡스가 WWDC 2010에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소개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미국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 인터넷판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와이어드는 지난 9일 디스플레이 품질 테스트 업체인 디스플레이메이트 테크놀러지스(DisplayMate Technologies)의 레이몬드 소네이라(Raymond Soneira) 박사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사용자들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과장된 마케팅 용어”라고 비판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지금까지 출시된 최고의 모바일 디스플레이인지는 몰라도, 해상도가 인간의 망막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프린스턴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한 소네이라 박사는 지난 20여년 간 디스플레이만 연구해온 전문가로 ‘아인슈타인 연구소’로 유명한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멤버이기도 했다.

비판의 대상은 스티브 잡스가 인간이 구별할 수 있는 해상도가 1피트(12인치, 약 30㎝) 거리에서 인치당 300픽셀이라고 주장한 내용이다. 소네이라 박사는 인간 망막의 해상도를 픽셀로 따지는 것은 부정확한 측정 방법이라며, 각도로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와 망막 사이의 거리에 따라 사람이 구분해 낼 수 있는 픽셀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의 망막은 이론상 0.6분(1도의 1/60)이상의 각도로 떨어진 물체만을 구분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를 인간의 눈과 비교하려면 이러한 각도 해상도를 거리에 따른 평면 해상도로 전환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1피트(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바로 그 거리)에서는 인치당 477 픽셀은 돼야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부를 만 하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곧바로 다음날 필 플레이트(Phil Plait) 배드 애스트로노미(Bad Astronomy) 대표가 디스커버(DISCOVER)를 통해 와이어드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수년 간 허블 망원경에 탑재되는 카메라를 보정한 경력이 있는 천문학자다.

그는 사람의 망막 해상도를 0.6분으로 산정하면 12인치 거리에서 인치당 477픽셀로 계산되기 때문에 소네이라 박사의 설명에 일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0.6분이라는 해상도는 이론적으로 완벽한 시력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사람의 해상도는 평균 1분(12인치 거리에서 인치당 286 픽셀) 이상이기 때문에, 아이폰4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보통 사람이 픽셀을 구분해낼 수 없는 충분한 해상도라고 반박했다.

그는 “사실 잡스와 소네이라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면서도 “와이어드지가 헤드라인을 ‘아이폰4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마케팅’이라고 선정한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전했다.

Retina Display아이폰3GS(왼쪽)과 아이폰4 레티나 디스플레이(오른쪽) 비교

디스커버의 보도에 대해 14일 소네이라 박사도 재반박을 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안경을 쓴 사람’이 아닌 ‘인간의 망막’을 언급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론적인 망막의 해상도가 아닌 눈이 나쁜 사람의 시력을 가져와서 비교하기 시작하면, 어떤 디스플레이도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제품의 스펙은 객관적이고 정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네이라 박사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과대 광고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과대 광고가 기업들이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이폰4의 디스플레이가 완벽한 디스플레이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스티브 잡스가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너무 앞서 나갔다”라고 비판했다.

두 사람의 논쟁을 정리해보면, 두 사람 모두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이론적인’ 인간 망막의 해상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었다. 소네이라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레티나(망막)’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며, 플레이트 대표는 평균적인 사람의 눈으로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픽셀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잘못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 사람 모두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현존하는 최고의 모바일 디스플레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비판적인 입장에 섰던 소네이라 박사도 아이폰4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현존하는 최고의 모바일 디스플레이로 꼽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실 그는 아몰레드(AMOLED)를 비롯한 OLED 기술이 아직 IPS LCD 디스플레이에 못미친다는 점을 꾸준히 주장하는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에도 “아이폰4가 OLED가 아닌 IPS LCD를 채택했다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OLED는 고도로 정제된 IPS LCD 기술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점이 향상되야 하는 미완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월 넥서스원이 아몰레드를 탑재하고 출시되자, LCD를 탑재한 아이폰3GS와 모토로라 드로이드의 디스플레이를 넥서스원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비교하면서 IPS LCD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당시 그는 “아몰레드가 다소 과장된 색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사용하면서 사진 등을 보기에는 결코 좋은 화질이 아니다”라고 전하며, “LCD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2년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33279